2025년 11월, 대한항공과 삼성E&A가 ‘SAF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미국 시장을 우선 목표로 하는 공동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두 기업은 각각의 강점을 결합해 생산(플랜트 설계·시공)과 수요(오프테이커 역할)를 연계하는 ‘전 주기(유·무 생산→구매)’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이번 협력은 국내 기업이 해외 SAF 공급망에 직접 가담함으로써 안정적 연료 확보와 탄소중립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SAF(지속가능항공유) 개념 정리 및 체결 내용
SAF는 재생 가능하거나 폐기물에서 유래한 항공유로, 기존 항공유와 화학적·물리적 성상이 유사해 엔진이나 연료 인프라를 별도로 바꾸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는 ‘드롭인(drop-in)’ 연료다. 원료(feedstock)는 사용된 식용유, 동물성 잔사, 목질계 바이오매스, 생활폐기물, 합성(전기화학·전력 기반) 경로 등 다양하다. 핵심은 전 과정(lifecycle)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낮추는 것으로, 사용된 원료와 제조방법에 따라 SAF는 기존 제트연료 대비 통상 최대 약 70~80% 수준(경우에 따라 더 높게)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여러 국제기구·업계 자료에서 확인된다.
SAF이 대두된 이유 — 항공업계의 ‘시급한’ 숙제
탄소중립(2050) 목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IATA 등은 항공부문의 넷제로(2050) 목표 달성을 위해 SAF의 광범위한 도입을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다. 항공기 자체의 전기화·수소 전환은 장거리 노선에 즉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장은 SAF가 가장 현실적 감축 수단이다.
규제·의무화 움직임: 유럽의 ReFuelEU, 미국의 인센티브·세제 정책, 한국의 단계적 혼합 의무화(출발공항 기준 등) 등 각국의 정책이 SAF 수요를 강제·촉진하고 있다. 이는 항공사·유류 공급자에게 장기적 안정공급 확보의 필요성을 부여한다.
기업·투자 측면의 압력: 대형 항공사·화주·투자자들은 탄소 리스크를 재무 리스크로 인식해 공급망의 저탄소 전환과 장기 계약(offtake)을 요구한다. 오프테이커 확보는 SAF 프로젝트의 금융성·실행 가능성을 좌우한다.
원료·기술 다양화 필요: 1세대(주로 기름 기반) 원료는 양이 제한적이므로 목질계·폐기물 기반의 2세대 기술(예: 가스화-피셔-트롭쉬(FT) 등)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삼성E&A가 검토 중인 방식이 바로 이런 2세대 경로의 대표적 사례다.



체결 내용(요약) — MOU 핵심 포인트
체결일·장소: 2025년 11월 20일(서명식), 대한항공 본사(서울).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과 남궁홍 삼성E&A 사장 등 관계자 참석.
주요 합의 항목:
해외(우선 미국) SAF 생산 프로젝트 발굴 및 검토
SAF 장기 구매(Offtake) 참여 검토 및 상호 지원
SAF 관련 신기술·프로젝트 투자 검토
대한항공의 삼성E&A ‘SAF 기술 동맹(Tech Alliance)’ 파트너 참여 등 협업체계 구축
전략적 분업: 삼성E&A는 EPC(설계·조달·시공) 및 플랜트 구축 역량을, 대한항공은 안정적인 수요(오프테이커)로 프로젝트 실행력을 보강하는 ‘생산-수요 연계’ 모델을 표방하고 있다.
미국 첫 타깃 이유
보도에 따르면 양사는 미국을 첫 협력 대상으로 검토하는데,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1) 원료(목질계 바이오매스, 폐기물 등)와 인프라가 풍부하고 (2) 기술·설비·금융 생태계(세제 혜택·지방정부 인센티브 포함)가 비교적 성숙해 있으며 (3) 대규모 수요 기반(미국 내 항공·물류시장) 확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은 연방·주 차원의 SAF 지원정책과 민간 대형 프로젝트가 다수 진행 중이라 상업화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의 현재 SAF 관련 활동(체결 현황과 실무적 준비)
국내 SAF 실증·확대: 대한항공은 이미 국내에서 생산된 SAF(주로 폐식용유 기반)를 이용한 실증을 진행했고, 일부 일본 노선(예: 인천→한나(도쿄) 시범·확대, 이후 고베·오사카 노선에 1% 블렌드 도입 등)을 통해 상업 운용을 확장 중이다. 또한 화물 고객을 대상으로 SAF 구매 프로그램을 운영해 수요 기반을 다양화하고 있다.
오프테이커(장기구매) 역할 검토: MOU에 따라 대한항공은 향후 미국 내 생산 프로젝트의 오프테이커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프로젝트의 금융성과 상업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이다. 해외 주요 항공사들이 대규모 오프테이커 계약을 통해 SAF 공급망 확장에 기여해 온 사례들과 유사한 전략이다.
기술·투자 연계 가능성: 대한항공이 단순 구매자를 넘어 투자 참여나 지분 참여, 또는 장기 구매 계약(LTSA 유사 구조)을 통한 리스크 분담 모델을 선택할 가능성도 보인다. MOU 문구에는 ‘투자 검토’ 항목이 포함돼 있어 향후 형태는 프로젝트별로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E&A 측 역량과 검토 기술(플랜트 관점)
삼성E&A는 EPC(설계·조달·시공) 역량을 기반으로 목질계 폐기물을 가스화한 뒤 Fischer-Tropsch(FT) 공정을 통해 합성 연료로 전환하는 2세대 SAF 플랜트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식은 폐목재·비식용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쓰므로 1세대(폐식용유 등)에 비해 원료 확장성이 크고, 이론적으로 더 높은 탄소저감 잠재력을 가진다. 또한 삼성E&A는 글로벌 파트너(예: Honeywell, Johnson Matthey, GIDARA 등)와의 기술 협업을 통해 국내외 프로젝트 수주 경험을 쌓아왔다.
전 세계 동향 — 항공업계·정책·투자 흐름 요약
항공사 오프테이커 확대: 델타·유나이티드·에어프랑스·아메리칸·사우스웨스트 등 주요 항공사는 SAF 생산 프로젝트에 대한 장기구매 약정 또는 투자로 참여해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항공사 주도의 오프테이커 모델은 프로젝트 초기 파이낸싱을 촉진한다.
정책·규제: EU의 ReFuelEU(단계적 혼합의무), 미국의 목표(2030년 목표량 등)와 세제지원, 한국의 단계적 SAF 블렌드 의무화(출발공항 기준 등) 등은 SAF 시장을 구조적으로 키우는 요인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인센티브가 클수록 민간 투자도 늘어난다.
기술경로 다양화: HEFA(Used Cooking Oil 기반) → FT(목질계·폐기물) → Power-to-Liquid(전기합성) 등 기술 스펙트럼이 넓어지며, ‘원료 접근성’과 ‘탄소감축량’에 따라 경제성·확장성이 달라진다.
규모와 비용의 문제: 현재 SAF는 생산량이 극히 제한적이며 가격도 기존 제트연료 대비 높은 편이다. 대량생산·단가 절감이 이루어져야 실질적 보급 확대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장기 오프테이크, 정책 보조(세금·보조금), 탄소가격 제도 등이 결합된 생태계가 요구된다.
이번 동맹 의미 및 유의사항
공급망 안정화: 항공사가 직접 생산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장기 구매 약정을 통해 안정적 수요를 보장하면, 프로젝트는 금융조달 난제를 상대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대한항공의 참여 검토는 바로 이 점을 노린 전략이다.
국내 기업의 글로벌 밸류체인 진입: 삼성E&A의 EPC 역량과 대한항공의 오프테이커 역할 결합은 ‘한국 기업이 해외 SAF 생산 밸류체인에 직접 관여’하는 성공 모델이 될 수 있다. 정부의 에너지 신사업 육성 의제와도 연계된다.
기술 전환 가속: FT 등 2세대 기술 적용 검토는 원료 제약을 완화하고 장기적 탄소저감 잠재력을 높이는 점에서 중요하다. 다만 상업화 시점은 기술·규모 경제·정책에 좌우되며, 상용화는 2030년대에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다.
시장 신호: 항공사·대형 EPC의 동맹은 금융시장·정책결정자에게 ‘SAF는 이제 파일럿 단계가 아닌 상업화 준비 단계’라는 신호를 준다. 이는 추가적인 민간·공공 투자 유치를 촉진할 수 있다.
관전 포인트(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
오프테이커 계약 형태: 계약이 단순 구매 약정인지, 지분투자 혹은 프로젝트에 대한 금융 참여(리스크 분담)인지에 따라 사업 모델과 대한항공의 재무 노출이 달라진다.
프로젝트 위치·원료 확보: 미국 내 어느 지역(주)에서 추진되는지, 원료(목질계 폐기물·MSW 등) 조달망은 어떻게 확보하는지가 상업성의 핵심이다.
정부 정책·인센티브 연계: 미국 연방·주 차원의 인센티브(세액공제 등)와 한국 정부의 수출·투자 지원 여부가 경제성에 크게 작용한다.
상업화 일정: FT 기반 대규모 상업화는 기술적·경제적 난제가 남아 있어, 단기간(1~2년) 내 대규모 공급을 기대하기보다는 2028~2035년대 상용화 확산 시나리오가 현실적이다.



향후 과제와 리스크 — 현실적인 체크리스트
원료 경쟁·지속가능성 검증: 원료 확보가 부족하거나 지속가능성(토지·사회적 영향 등) 논란이 발생하면 프로젝트 신뢰도가 떨어진다. 국제 지속가능성 기준 준수가 필수다.
가격 경쟁력 확보: SAF의 높은 단가를 낮추기 위한 기술혁신, 대규모 생산, 정책적 보조가 병행되어야 한다.
규모의 경제 확보: 소규모 파일럿을 넘어 수백만 배럴 규모로 확장할 때 설비·운영 효율을 확보할 수 있는가?
정책 리스크: 각국의 규제·보조금 정책 변동이 투자수익성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대한항공과 삼성E&A의 ‘K-SAF 동맹’은 단순한 MOU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항공사(수요자)와 EPC(공급자)가 전략적으로 결합해 해외 생산 프로젝트에 동반 진출하는 모델은, 국내 산업이 글로벌 저탄소 연료 공급망에 직접 관여하는 전형을 보여준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기술·정책·자금의 복합적 난관이 남아 있으며, 실제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오프테이커 계약 구체화, 프로젝트 파이낸스 확보, 생산 시점의 명확화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국내 독자 기술과 자금력으로 해외 SAF 공급망의 한 축을 차지하게 된다면, 항공사의 연료 안정성 확보뿐 아니라 한국의 에너지·플랜트 산업 수출에도 긍정적 파급을 줄 수 있다. 향후 발표되는 구체적 사업 계획(프로젝트 위치, 투자규모, 계약 형태 등)을 통해 이 동맹의 실효성과 산업적 파급력을 계속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